변호일기

짜장면 발우공양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0-04-22 조회수 : 420

[너무나도 겸손한 이발사]


오늘은 먼곳 재판이 두 개나 있었어요. 오전엔 평택, 오후엔 인천. 평택 재판 끝나고 인천 가려고 터미널 가니 버스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았어요. 미용실을 갔지요.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나이 지긋한 아저씨 염색을 하고 있더라구요. 잠시 기다리다가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으니, 웬걸
염색을 하던 아저씨가 목에 수건을 두르고 제 머리를 깎네요.

ㅇㅇ 아줌마가 더 좋은데...

 근데 이 사장님 손놀림이 보통이 아닙니다. 한참을 지켜 보다가 제가 입을 떼었지요.
 "손놀림이 너무 자유롭습니다." 

 

사장님 왈
"잘 하는지는 몰라도 경험이 오래 돼서요."
그 말을 하는 입에는 미소가 번졌다.
가위질에 더 신경을 쓰는 듯했다.
그 어느 때보다 머리 모양이 잘 나온 것 같다. 청주면 매번 갈 텐데...
사장님의 겸손이 아직도 내 머리에 남아 있다. ^^

 

[짜장면 발우공양]


평택에서 재판과 이발까지 마치고 인천으로 갔습니다. 인천은 제가 검사로도 일했던 곳이라 낯설지 않아요.  
사건은 5~6년 전부터 형사, 민사로 여러 건이 진행되어 사실상 결론이 난 것인데, 위 소송들에서 전에 우리 의뢰인과 같은 입장에 있던
사람이 뜬금없이 우리 의뢰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어요. 제대로 입증계획도 밝히지 못해 소송이 마무리 되고 선고만 남았는데,
상대방이 증인신문을 하겠다며 변론 재개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오늘 증인신문을 했는데, 상대방 주장을 입증힐 만한 내용은 없었어요.

상대방 변호사는 계속 재판을 끌려고 해서, 제가 이미 전에 다 정리된 사건이고, 10년도 더 지난 상황에서 지금 증인이 나와 말을 한들 그것을
그대로 믿을 수 있겠냐 했더니, 판사가 한번만 더 하자고 하네요. 청주서 인천까지 오는게 보통 일이 아닌데...
다음 기일이 잡히고 인천 터미널로 가니, 버스 시간은 50분 정도 남았고,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은 배는 고파, 터미널 아래층 중국집 공하춘으로 갔습니다.

처음으로 가는 곳인데 분위기가 좋아요. 가만히 있다 보니 직원들끼리 맥주 한 병 나눠 마시자, 짤리면 같이 짤리자는 것이냐며 농담을 주고 받아요.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요. 사람냄새. 공하춘 짜장면에 이과두주 한 병 마시고 버스 타고 가면서 이 글 올려봅니다. 제가 사진으로 올리는 짜장면 그릇 한번 보세요.
고춧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먹고, 단무지와 물로 새 그릇처럼 깨끗하게 씻어놓은 그릇을 보고, 그 사람들은 아떤 생각을 할까요? 다 떠나서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음식을 그렇게 맛있게 먹어드렸으니... 이제 버스 안에서 한숨 자렵니다. 변호사의 하루가 저무는 것 같지만, 사무실 돌아가 할 일이 좀 더 있네요.
보통 변호사의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