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기

더덕집 짓기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0-04-22 조회수 : 403

요즘 시골에 가면 길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싹을 틔우는 작물들이 여럿 있습니다. 마늘과 양파는 이미 오랜 전에 모습을 드러내,
힘 있게 대기를 향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보다 조금 늦게 지난주부터 막 머리를 내민 녀석이 있는데, 바로 더덕입니다. 5~6월이 되면 넝쿨이 얼마나 무성해지는지 넝쿨이 타고
올라갈 지지대를 잘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제가 작년에 스스로 알아낸 아이디어가, 싸릿대로 지지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희 시골 개울가에 가면 싸릿대가 아주 많습니다. 어릴 적 추억도 되새길 겸 이날은 지게를 지고 나섰습니다. 옛날과 달리,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이라, 맛은 덜해도, 도시락까지 싸서 아버지를 따라 아주 먼 곳까지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갔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더덕밭 두둑 주변으로 파이프를 이용해 구멍을 뚫고 그곳에 싸릿대를 꽂습니다. 다 꽂고 난 다음에는 이것들을 구부려 짚으로 묶어줍니다.
짚은 이런 데 쓰려고 지난 늦가을 여기저기 논을 다니며 모은 것입니다. 비닐 끈보다는 훨씬 더 운치가 있지요.
구부리고 남은 싸릿대는 더덕집 사이로 군데군데 넣어주면 더덕 넝쿨이 더 좋아합니다.
이제 막 대지 위로 고개를 내민 더덕들을 위해 ‘근사한’ 집을 짓고 나니, 뿌듯한 마음을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럴 땐 막걸리 한 잔 해야겠지요.  
 

막 고개를 내민 더덕 

지게로 싸릿대를 꺾어 왔어요.  

구멍을 뚫고 싸릿대를 꽂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