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충북 백두대간 1 (우두령~삼마골재)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0-04-26 조회수 : 355

충북 백두대간 1 (우두령~삼마골재)

물푸레나무와 철쭉의 천국

2019. 3. 30.()

얼마 전에 법인 산악회에서 2년에 걸쳐 한남금북정맥 종주를 마쳤다. 종주의 기쁨과 고통을 제대로 경험했다. 그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이 백두대간이다.
지리산부터 진부령까지 구간을, 당장 다 해낼 엄두가 나지 않아, 우선 충북 백두대간에 관심을 가졌더랬다.

 

고등학교 동기들 산악회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산악대장인 해균이가 흔쾌히 수락했다. 해균은 백두대간을 비롯하여 다수의 정맥을 주파하였다.
그런 해균이를 믿고 말을 꺼낸 것이다.

 

해균이는 충북 백두대간의 첫 구간을 민주지산 옆 삼도봉에서 우두령으로 잡았다. 다만, 대간이나 정맥 종주 경험이 없는 다른 친구들을 위해 산행의 방향은
역으로 우두령에서 삼도봉으로 잡았다
. 물한계곡에서 삼도봉까지 올라가는 수고를 조금 덜려고 한 것이다. 그 다음 구간은 우두령에서 시작된다.

 

날이 추웠다. 우두령에는 여기저기 백두대간 표지판이 있었다. 그동안 산행에서 잠깐씩 백두대간을 밟아보았으나 본격적으로
대간 산행을 하는 마음이 한껏 고무되었다
. 아쉬운 것은 언제나처럼 전날 음주를 조절하지 못해, 산행을 시작하는 마음이 정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균은 목욕재계는 못할망정 과음을 한 것에 대해 힐난했다.

 

일행은 아쉽게도 5명이었다. 해균, 충근, 상홍, 영성, .

 

이번 구간에서 제일 높은 곳이 화주봉(1207m)이다. 석교산이라고도 한다. 우두령에서 화주봉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나름대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올랐다
. 의외로, 평소와 다르게, 산악대장인 해균이가 앞서 가는 속도가 다소 빨랐다.

 

해균의 말을 들으면, 꽃이 많다고 하여 화주봉이라는데, 정말로 철쭉나무가 많았다. 나무의 두께와 키가 평소 볼 수 없던 것이었다.
그 나무들에 꽃이 활짝 핀 모습은 어떨까?  그곳에 꽃이 피었을 때 다시 올 날이 있을까? 정말로 그런 인연이 있을까?
화주봉에서 전주에서 온, 혼자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을 만났다.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우두령에서 밀목령까지 갔다가 다시 우두령으로 온다고 했다.

 

이번 산행에서 또 하나 자주 본 것은 물푸레나무다. 그 어디서 본 것보다 많은 군락지를 이루었다. 한두 군데가 아니라 계속적으로,
충근이는 그 물푸레나무의 두께가 생각보다 가늘다며, 바둑판을 만들 수 있는 굵은 물푸레나무는 없다고 아쉬워했다.
누군가 물푸레나무는 단단하여 도끼자루로 쓴다고 하니, 상홍이가 도끼자루로는 이팝나무가 더 좋다고 했다.
나도 두 나무를 다 경험해 봤는데, 상홍이 말에 공감이 갔다.

 

날이 오락가락했다. 해가 뜨고, 흐리고, 나중에는 싸래기에, 눈에, 비까지 왔다. 바람도 강하게 불고. 화주봉을 지나 바람이 적게 부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머물렀는데, 백두대간 첫 구간치고는 너무 여유를 부렸다.

 

오르고 내리고, 그런 오르내림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 것이 능선 종주다. 물론 평평한 곳이 한참 나오기는 한다. 그래도 오르막의 고통이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다
. 어쩌면 그것이 능선 산행의 참맛이고, 이것을 통해 산행 실력도 한 단계 더 늘어나는 것일 게다.

 

화주봉에서 가파르게 내려온 다음 만나는 오르막은 암릉이다. 밧줄이 있지만, 가능하면 그것을 잡지 않고 오르려 했다. 해균이가 성큼성큼 올라갔다.
숨겨져 있던 산행 실력이 나오는 것 같았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수월하게 암릉을 올랐다. 철쭉과 물푸레나무 군락은 계속 이어졌다.
줄기가 굵고 아주 크게 벌은 철쭉나무의 허연 빛깔이 마치 석회를 반죽하여 바른 벽(회벽)을 보는 듯 했다.

 

해균이가 자꾸 서둘렀다. 평소 보지 못한 모습이다. 후미에 있던 친구들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바빠졌다.
해균은 빨리 서둘러야 해 지기 전에 삼도봉을 다녀와 황룡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하였다. 삼도봉은 삼마골재를 지나 있는데,
그곳에 갔다가 다시 삼마골재로 도로와 물한계곡으로 내려간다. 내가 삼마골재까지만 가자고 하니, 해균은 좀더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고 한다.

 

가는 길에 달래 군락지를 만났다. 좀 캐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시간이 없었다. 그냥 지나치는 마음이 아쉬웠다. 해균이는 밭에 가져가 심는다며 몇 개를 캤다.
오른쪽 방향인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세고 소리가 요란했다. 오후 늦은 시간은 왜 그리 빨리 가는지. 선두로 가던 해균이 발걸음은 더 빨라진 것 같았다.

 

헬기장을 지나 삼마골재에 이르렀다. 거기서 잠시 삼도봉에 다녀올지 고민했다. 거리는 0.9km. 왕복하자면 40분 정도. 내가 삼도봉은 포기하자 했다. 눈발이 날리고,
백두대간 첫 산행이라 많이 지쳤다. 그곳에 자리를 깔고 단출하게 백두대간 출정식을 가졌다.
오는 길에 산 포와 막걸리가 전부였지만 앞으로 이어질 대간 산행에 대한 마음을 다잡는 자리였다.

 

삼마골재에서 황룡사로 내려가는 길은 흙길이다. 걷기 아주 좋았다. 능선에서 내려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계곡물 소리가 들렸다.
겨우내 얼었던 물이 녹아 흘러나온 것이다. 아주 힘 있게 느껴졌다. 그런 힘은 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전달될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전나무다. 낙엽 진 낙엽송 사이에서, 낙엽송과 마찬가지로 곧게 서서 윗부분에 푸른 잎을 펼친 모습이 생생해 보였다.
전나무 잎의 푸른 색깔이 그대로 눈에 다가왔다.

 

다 내려오니 비가 그었다. 택시는 오후 530분 도착 예정인데, 그 전에 비가 굵어졌다. 황룡사에서 한참 더 내려가다가, 한 가게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다.
해균이가 차를 가지러 택시를 타고 간 사이, 나머지 친구들이 뒤따라오는데 비에 많이 젖었다. 맨 마지막에 온 충근이는 우비에 우산까지 썼다. 준비성이 철저하다.
산행에서는 그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도 배낭에 우비가 있었다.

 

상촌 대복식당에서 능이칼국수를 먹으며 추위에 떨고 비에 젖은 몸을 달랬다. 온갖 약재를 넣고 끌인 옆차, 직접 홍두깨로 밀어 만든 칼국수,
겉절이와 제대로 숙성된 김치,  나이 지긋한 노부부의 친절 등 기분 좋은 시간과 공간이었다. 손님이 많을 때는 손이 많이 가는 손칼국수는 못한다고 했다.
그럼 무얼 하느냐 물으니, 자연산 버섯찌개라고 하였다. 그 지방의 특산물은 버섯이다. 상홍이는 매년 그곳에 버섯 따러 가는데,
올해부터는 그곳에 외비 사람들을 막는다고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산행코스] 우두령 ~ 석교산 ~ 밀목재 ~ 삼마골재 ~ 황룡사 ~ 물한계곡 주차장

[동행] 박상홍, 서영성, 오원근, 이충근, 이해균

(2019. 4. 1. 23:02)

 

 

백두대간 첫 산행의 출발점 우두령

 

물푸레나무 군락지

 

석교산, 다른 이름으로 화주봉

무척 지친 모습. 그러게 전날 작작 마시지...

 

산악대장 해균

 

뒤에 보이는 높은 산이 화주봉(석교산)

그곳에서 내려왔다.

 

후미가 처지 틈을 타 잠시 눈을 감고 휴식.

기운이 조금 살아났다.

 

충북 백두대간 출정식. 참 단출하다.

 

 

대복식당의 능이손칼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