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1-01-10 | 조회수 : 360 |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선재에게 산에 갈 거냐고 물으니, 가겠다고 한다. 전에 녀석이 말하길, 2주에 한 번은 같이 가겠다고 했는데, 이번은 3주만이다. 추위에 대비해 단단히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속리산 부수동길에서 사내북암길로 이어지는 곳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 스패츠를 찼다. 스패츠를 하면 다리가 엄청 따뜻해진다. 밖에 나오니 바로 한기가 느껴진다. 천천히 사내북암길로 올랐다(10:34).
사내북암길을 걷는 묘미는 애기업은바위를 바라보는 것이다. 크게 우뚝 솟은 바위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암릉이 이어지는 장면이 아주 멋있다. 애기업은바위를 제일 멋있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길을 오가는 차량도 드물어, 길가에서 차를 끓여 마시며 바위를 감상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목재에 이르러(11:10), 따뜻한 보이차를 마시고 아이젠을 찼다. 눈 쌓인 산은 이날도 우리가 처음이다. 길을 잘 찾아갈지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가야 하는데, 우린 동쪽 작은 지능선을 따라가고 있었다. 되돌아, 눈밭을 헤치고 왼쪽 능선을 향했다. 30분가량 헤매니 능선 시작점에 오게 되었는데, 그곳이 우리가 지났던 사내북암길이다. 소리목재까지 가지 말고, 이곳에서 시작했어야 하는 것이다. 거기서부터는 길이 잘 나 있고, 길을 따라 비닐끈이 이어져 있었다. 이 비닐끈은 버섯 따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첫 오르막을 오르니, 오른쪽으로 천왕봉이 보인다. 나무에 가려 아직 전망이 확 트이지는 않았다. 길엔 짐승들 발자국이 찍혀 있는데, 조용한 눈길을 걷는데 그것이 반가웠다. 계속 눈을 헤치고 가 그런지, 발끝이 시렸다. 686m 봉우리는 큰 암봉이다. 길을 찾아 올라가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멀리 구병산 줄기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정상에 오르니(12:40), 애기업은바위가 바로 앞이다. 애기업은바위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686m 봉우리 바로 아래가 내가 전에 공부하던 봉곡암이다. 수정초등학교에서 이 암자로 가다 보면, 이 봉우리와 그 앞으로 애기업은바위가 보인다. 전에 공부할 때도 이들을 보았을 텐데, 그땐 올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산행은, 천왕봉, 문장대 같이 이름 있는 곳만 가는 것으로 알았다. 지금은 산행에 잔뜩 관심을 갖다 보니, 주변 산들이 다 예사롭지 않다. 어쨌거나, 난 지금도 애기업은바위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았으니, 여전히 애기업은바위 주변을 맴돌고 있다. 애기업은바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인가보다.
애기업은바위 쪽으로 가는 길은 급한 내리막이다. 그곳으로도 비닐끈이 이어져 있기는 하나, 날이 춥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이날 산행은 686m 봉우리까지만 하기로 했다. 짧은 산행이라 아쉽지만, 추운 날에 이정도 한 것도 대견하다 싶었다. 중간에 점심을 먹고 사내북암길에 내려와(14:07), 차 세워놓은 곳까지 가는데 조금은 지루했다(14:35). 오른쪽으로 애기업은바위 보면서 가는 맛으로 지루함을 달랬다. 가는 길 도중에 다 허물어진 흙집을 선재와 함께 둘러보기도 했다.
일시 : 2021. 1. 9. (토) 맑음
코스 : 부수동길 ~ 사내북암길 ~ 소리목재 ~ 686m봉 ~ 사내북암길 ~ 부수동길 (4시간 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