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미륵산성을 걷다가 소나무 친구를 사귀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1-02-15 조회수 : 262

미륵산성을 걷다가 소나무 친구를 만나다

신정리에서 철계단을 타고 상학봉을 갈까, 낙영산 능선에 있는 쌀개봉을 갈까 고민하다가 후자를 택했다. 몇 달 전 선재와 함께 낙영산에 올라 바라본, 쌀개봉 오른쪽으로 뻗은 커다란 바위능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림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으로 향했다(09:55). 날이 무척 포근했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다소 지루했지만, 가끔씩 돌로 잘 깔아놓은 길과 돌을 잘 쌓아놓은 축대를 만나 그것을 보는 재미로 달랬다. 어느 하나의 축대는 아치형으로 되어 있어 운치가 더했다. 앞으로 이 길을 갈 때는, 이 돌길과 축대를 더 자세히 보아야겠다. 능선에 올라 잠시 쉬었다(10:32). 급하게 오느라 따뜻한 차를 가져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쌀개봉으로 오르는 길은 미륵산성이 있던 곳이다. 많은 곳이 무너지고 군데군데 성한 곳이 있는데, 옛사람들의 손길을 느낄 수 있어 반가웠다. 미륵산성은 둘레가 5.1km이고,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난 산 속에서 이런 산성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그 옛날, 중기계 같은 것도 없이, 사람 손만으로 산성을 쌓았을까, 경외심이 들기 때문이다. 미륵산성 돌들을 밟고 올라가는 것이라, 조금도 힘들거나 지겹지 않았다. 나중에 가능하다면, 이 미륵산성 전체를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왼쪽으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소나무를 만났다. 선재는 가지가 부러져 내려앉은 것이라 하였다. 가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 소나무는 무슨 연유인지 바닥을 기다시피 하면서 자라고 있었다. 답답하고 불쌍하기도 해, 옆에 떨어져 있는 마른 나무를 꺾어, 그것으로 아래를 받쳐 소나무를 조금 세웠다. 지저분한 가지도 조금 정리해 주었다. 다음에는 톱을 가져와 좀 더 확실하게 고정시켜 주려고 한다. 물론 겉으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게,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을 정도로. 선재에게 친구 하나 생겼다고 했다. 다음에 오면 무척 반가울 것이라고.

 

쌀개봉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오르니(11:03), 서쪽으로는 조봉산을, 남쪽으로는 상신리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왔다. 북쪽으로 우리가 목표했던 곳으로 갔다. 바로 눈이 번쩍 뜨였다. 가는 길도 바위로 이루어진 것이 멋질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바라보는 도명산, 조봉산, 낙영산 등의 조망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동안 산에 다니며 이렇게 좋은 곳을 가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그곳에서 한참을 머물며 점심도 먹고 잠시 명상에도 잠겼다. 그곳에서 막 빠져나오는데, 여자 두 명이 반대편에서 다가왔다. 인사를 건네니, 웃으며 에덴동산이 잘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 그때서야, 우리가 기분 좋게 머물던 곳을 에덴동산이라 부르는 것을 알게 되었다.

 

쌀개봉에서 남쪽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서, 바위 타는 즐거움, 낙영산, 백악산, 속리산 주능선을 바라보는 맛도 좋았다. 이렇게 멋진 산행 길을 가까운 곳에 두고도, 지금에서야 온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선재가 조금 지쳐보였다. 마지막 잣나무 숲을 지나 차를 세워놓은 곳에 도달했다(13:10).

 

일시 : 2021. 2. 13. () 맑음

코스 : 공림사 주차장 ~ 능선 사거리 ~ 에덴동산 ~ 쌀개봉 ~ 공림사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