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소 뱃속처럼 편안한 곳, 우복동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2-03-30 조회수 : 229

2022. 3. 26.(토) 맑음

2주 연달아 토요일에 비가 왔다. 산행은 토요일에 해야 제맛인데, 아쉽지만 2주 연달아 일요일에 산에 가게 되었다. 산행하려면, 늘 갈 곳 정하는 게 고민이다. 지난번 다녀온 괴산 사랑산 옆에 있는 아가봉과 옥녀봉에 가려 했는데, 아내가 아직 백신 3차 접종에 따른 후유증이 있다며 어려워했다. 원적사에서 청화산 오르는 코스로 정했다. 이번 산행은 해빈이도 같이 했다.

화북에서 문경 쪽으로 틀면 쌍용계곡이 참 예쁘다. 2km 정도 지나,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우복동이다. 소 뱃속처럼 편안한 동네라는 뜻이다. 그런 동네 이름이 괜히 지어질 리 없다. 그곳을 지나면 정말로 마음까지 편해진다. 아내는 나중에 필요하면 그곳으로 이사 오자고 했다.
 

원적사 오르는 길이 길고 무척 가팔랐다(09:51). 그쪽에서 청화산 오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 여겼는데, 주차장에 차가 여러 대 세워져 있었다. 전날 내린 비와 얼음 녹은 물로 계곡물 소리가 우렁찼다. 산행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지능선에 닿으니, 건너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생강나무꽃 향기가 묻어왔다. 다시 그곳으로 내려올 때, 생강나무꽃을 따 집으로 가져와 뜨거운 물에 우렸는데, 샛노란 색깔과 향이 좋았다.
 

해빈이가 잘 따라왔다. 가는 길 오른쪽 멀리 시루봉이 보였다. 시루봉은 정말 시루처럼 생겼다. 지난해 아내와 함께 오른 곳이라, 자꾸만 그곳으로 눈길이 갔다. 원적사에서 청화산 오르는 길에서는 시루봉 보는 재미가 컸다. 반대편으로는 속리산 주능선이 조금은 멀리 한눈에 보인다. 구병산, 형제봉, 천왕봉, 비로봉, 문장대, 관음봉, 묘봉, 상학봉이 길게 이어져 있다. 곳곳에 삽주가 보여 몇 개 캤다.
 

늘재에서 올라오는 대간 길을 만나고(11;05), 얼마 지나자, 잘 따라오는 것 같았던 해빈이가 힘들어했다. 어차피 돌아올 길이라, 먹거리 몇 개 주고 그곳에서 쉬라고 했다. 청화산 정상은 나무에 가로막혀 전망이 그리 좋지 않다(10:15). 그곳에서 조항산 쪽 백두대간을 바라보는 것을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컸다. 의상저수지를 내려다 보고, 다시 한번 시루봉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청화산에서 능선을 따라 시루봉을 지나 쌍용계곡에 이르는 산행을 그려보았다. 우복동을 오른쪽에 끼고 가는 산행길이다. 
 

지난주 산행에 이어, 산을 내려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오랜만에 산행을 한 해빈이는 더욱더 심했다.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다며 뿌듯해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잘 달래며 원적사 주차장에 다다르니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12:35).


 

오른쪽이 시루봉


속리산 주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