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미세먼지가 아쉬웠던 주흘산 산행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3-03-07 조회수 : 121

2023. 3. 4.() 맑으나 미세먼지 많음 

주흘산은 백두대간이 이화령(548m)에서 북으로 조령산(1017m), 신선암봉(937m), 조령(642m), 마패봉(920m)을 지난 다음, 오른쪽으로 꺾어져 부봉(917m)을 거쳐 탄항산(856m)으로 가는 도중에 갈라져 남쪽으로 능선을 따라 약 1km 떨어진 곳에 있다. 사실상 백두대간에 포함해도 괜찮은 위치에 있는 산이다.

고등학교 31산악회 친구들은 청주서 8시에 출발하기로 하였는데, 나는 보은에서 750분쯤 출발했다. 화북, 농암, 문경을 거쳐 갔는데, 생각보다 짧은 50여분만에 새재 주차장에 도착했다. 새재로 가는데 하천 이름이 조령천인 것이 눈에 띄었다. 조령천은 새재에서 흘러온 초곡천 물과 동쪽에서 온 신북천 물이 문경읍 교촌리에서 만나 시작되는데, 29km를 흘러 상주 화북에서 흘러온 영강 물과 합쳐져 낙동강으로 간다. 새재 주차장에서 종호에게 전화하니, 칠성을 지나는 중이라 했다. 식당에 가 간고등어 정식을 먹으며, 막걸리도 반주로 들이켰다. 친구들도 막걸리 한 잔씩 하게, 더덕구이를 시켰다.

문석이가 아침을 못 먹었다 하는데, 새로 밥을 시키면 시간이 너무 늦어져, 공기밥을 하나 더 달라고 했다. 주인아저씨는 해균이가 내놓은 만두가 마음에 거슬렸는지, 식당에 먹을 것을 갖고 오면 안 된다며 밥을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척 불쾌하고 화가 났다. 더덕구이까지 시켰고, 막걸리까지 팔아주는 마당에, 공기밥 하는 더 주는 게 그리 어려웠을까? 나랑 해균이가 조금 흥분하니, 멀리서, 처음 나를 맞았던 아주머니가 공기밥을 하나 들고 왔다. 이날 처음 나온 양병규가 계산했다.

개울을 따라 새재로 오르는 길은 흙으로 단단히 다져져 있었고, 햇빛에 비쳐 금빛으로 밝게 빛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옛날 경상도 사람들은 이 길을 따라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갔을 터인데, 우리는 그들이 이 길을 가다가 얼마나 되는 사람이 가던 길을 포기했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부가 부족했던 이들은 한양 가는 길이 죽을 맛 아니었을까? 그러면 주막에서 술 마시다 그냥 주저앉을 수도 있었지 않을까?

2관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계곡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완만한 계곡 길을 한참 걷고 난 후, 본격적으로 지능선을 따라 올랐다. 이 오르막이 무척 길었다. 눈앞에 보이는 곳이 정상인가 싶은데, 가 보면 또 다른 높은 곳이 보이고, 그런 식으로 몇 번을 거쳐 주흘영봉(1106m)에 올랐다. 종종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여자가 내려오길래, 내가 레이디 퍼스트가 아니라 오르막 퍼스트입니다하며 먼저 올라가는데, 병규가 옆으로 비켜서서 기다리는 여자에게 혼자 왔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산을 정말로 즐기는 멋진 사람이다.

주흘영봉에서 탄항산, 포암산(962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고, 대간에서 북쪽으로 벗어나 우뚝 솟은 월악산 영봉(1097m)을 바라보는 걸 기대했는데, 미세먼지가 막았다. 월악산 영봉은 미세먼지 속에 숨어 아주 희미하게 보였다. 다시 또 주흘산에 가야 할 이유가 남았다. 주흘영봉에서 주흘산(1076m)까지는 주 능선이라 눈으로 보이는 거리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표지석은 주흘영봉과 주흘산이라고 써 있는데, 주흘영봉이 더 높다. 어떤 지도에는 주흘영봉을 주흘산이라고 써 놓고 있기도 하다. 어느 쪽을 정상이라고 해야 할까?

주흘산부터 내려가는 길은, 아주아주 긴 거리에 계단이 놓였다. 굳이 계단을 놓을 필요가 없는 곳까지 그렇게 한 것에 대해 거부감이 생겼다. 계단길이 끝날 무렵부터 보이기 시작한 크고 멋진 소나무들이 긴 계단 때문에 뒤틀렸던 마음을 달래주었다. 가끔 아름드리로 우뚝 솟은 전나무를 바라보는 마음도 뿌듯했다.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내려가는 길도 무척 길었다. 얼마 전에 선재는 친구와 이 길로 올라, 주흘산, 주흘영봉을 지나 부봉까지 다녀왔다. 7시간 정도 걸렸다고 하였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여궁폭포는 키가 크고 좁아 특이한 맛이 있었다. 아랫부분은 이름 그대로 여자의 그곳을 빼닮았다. 지금은 물줄기가 약했다. 폭포에 물이 많을 때 모습을 보고 싶었다. 다 내려오니, 어느새 5시를 훌쩍 넘었다. 모처럼 길게 한 산행이었다. 처음 온 병규가 산도 잘 타고, 말도 많이 하며 분위기를 잘 살려주었다. 발목이 좋지 않은 해균이가 너무 무리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2023. 4. 6. 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