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수레의산과 관심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5-05-23 조회수 : 21

수레의산과 관심

 

수레의산(679m)은 이름이 특이하다. 산 바로 아랫마을 차곡리의 순우리말이 수레올이다(음성군청 홈페이지). 산 능선에 상여바위가 있는데 상여(喪輿)’(輿)’수레()’가 들어간다. 상여바위 때문에 수레의산 이름이 생긴 것이 아닌가 싶은데, 다음에 가면 상여바위도 올라가 보고 멀리서 상여바위를 자세히 살펴보아야겠다.

수레의 산은 생극성당에 계신 김인국 신부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청주노동인권센터 대표이기도 한 신부님 안내로 지난겨울 센터 신년산행을 이 산으로 다녀왔다. 그때는 임도를 따라 걷다가 전설의 샘만 올라갔다 왔는데 계곡물이 풍성하게 얼어있던 기억이 난다.

 

2025. 4. 26.() 맑음

이날 31산악회 산행은 승국, 종호, 나 달랑 3명이었다. 지난달은 12명이나 되었는데 갑자기 3명으로 줄어 무척 허전했다. 몸이 좋지 않아 오지 못하는 친구도 있어 안타까웠다. 산행하는 날을 일요일로 추진하다가 갑자기 토요일로 바꾼 탓도 있을 것이다. 산남동에서 승국이 차를 타고 오창으로 가 종호를 태우고 산으로 갔다. 모임에 두 번째로 나오는 아직 신입인 승국이가 운전하느라 고생했다.

휴양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임도를 따라 묘구재로 가야 하는데 바로 임도를 찾지 못했다. 관리사무소에 물으니 우리가 가려고 하는 방향의 반대쪽 임도를 가리켰다. 그곳으로 가면 산행길이 너무 짧다. 묘구재로 가는 임도를 물어야 하는데, 갑자기 묘구재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고개라고만 하니 사무소 직원이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때 승국이가 나서서 묘구재라고 말하니, 직원은 바로 그 길을 알려주면서 한참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내가 단톡방에 산행코스를 적으면서 묘구재를 언급하기는 했으나, 승국이가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승국이는 내가 분평동에 살던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리 기억력이 좋으냐?”고 물으니, 승국은 기억력이 아니라 관심이라고 했다.

사무소 직원 말대로 묘구재로 가는 임도는 길었고 완만하지만 계속 내리막이었다. 산에 올라야 하는데 살짝 걱정되기도 했다. 임도 가에는 병꽃나무가 많았다. 묘구재에 닿기 약 10미터 전에서 산에 올라탔다. 미리 공부해 오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헤맸을 것이다.

 

오르막엔 바싹 마른 참나무 잎이 가득 쌓여 미끄러웠다. 스틱을 짚고 올라가기도 쉽지 않았는데 승국과 종호는 스틱도 없었다. 낙엽이 없는 땅을 만나면 너무나도 반가웠다.

산엔 둥굴레가 무척 많았다. 둥굴레와 비슷한 것으로 은방울이 있다. 은방울은 독초다. 둥굴레는 줄기가 올라오면서 줄기 옆으로 잎이 차례로 나오는 데 반해, 은방울은 줄기 없이 땅에서부터 잎이 모아서 나온다. 어릴 때는 둘의 모습이 비슷해 구별하기가 어렵다. 전에 멧나물 학교에서 배운 것인데,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산행 도중에 아주 큰 둥굴레를 만나 몇 뿌리 캤다. 집에 가져와 쪄서 말리고 있다. 다 마른 다음에 덖으면 구수한 둥굴레차가 된다. 다음 산행에는 이 둥굴레차를 우려 가져갈 것이다.

첫 번째 오르막이 꽤 길어 1.5km 정도 되었다. 양주를 얼음에 희석해 마셨다. 차갑고 독한 맛이 산행에 잘 어울렸다. 뜻밖에도 종호가 술을 거부했다. 전날 마셨다고 했다. 발바닥 한가운데가 갈라져 불편하다고도 했다. 발에 땀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땀이 많아 무좀에 시달리는 나와 반대다. 종호는 자기 발과 내 발의 중간쯤이면 좋겠다고 했다.

 

조금 급한 경사를 내려가면 헬기장이다(10:22). 사람들은 보통 이곳으로 올라온다. 이들을 위해 표지판이 잘 설치되어 있었다. 노란 민들레가 보였다. 가만히 살펴보니 꽃잎 받침이 처지지 않고 위로 솟아 있었다. 토종민들레다. 노란 토종은 보기 힘든데 높은 산 위에서 만나니 더더욱 반가웠다.

 

수레의산 정상(679m)에는 정자가 있다. 2층에 올라 다시 술자리를 폈다. 이번에는 종호가 달려들었다. 난 정자 이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나중에 승국이가 찍은 사진을 보니 편액에 愁離亭이라고 쓰여 있었다. ‘근심이 떠나는 쉼터라는 풀이까지 되어 있었다. 그런 편액에까지 관심을 갖는 승국의 태도가 조금은 놀라웠다. 그가 말한 관심이 이런 데서도 나오는 것이다. ‘관심이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든다. 앞으로 승국이가 어떤 관심을 더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상여바위는 눈길만 살짝 주고 지나쳤다. 그것이 산 이름과도 연결된 것이라는 사실을 진즉 알았다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바위 위에도 올라갔을 것이다.

수레의산의 또다른 명물은 전설의 샘이다(12:03). 정상에서 1km 정도 가면 나온다. 20평가량 되는 연못인데 높은 산 능선에 그런 연못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지난겨울에 왔을 때는 꽁꽁 언 모습을 보았는데 이날은 물이 꽤 많이 고여 있었다. 이 연못에서도 승국은 능선 쪽에서 물이 스며 나오는 것을 먼저 보고 알려주었다.

능선을 따라 수리산에 올랐다 내려가면 다시 임도가 나온다(13:16). 우리가 출발할 때 갔던 임도와 연결되는 길이다. 산 위에서는 사람을 전혀 만나지 못했는데 임도에서는 몇몇을 보았다. 전설의 샘과 연결된 계곡을 지나는데 다른 계곡과 다르게 물이 많이 흘러내렸다. 그 계곡만 유달리 물이 많은 모양이었다. 둥굴레를 캐느라 잔뜩 더럽혀진 손을 열심히 씻었다. 세속에서의 근심까지 다 털어내는 기분이었다.

올 때도 승국이가 오창, 용암동으로 일행을 잘 배달해 주었다. 종호에게 다음 산행은 전에 백두대간 하다가 마친 추풍령에서 북쪽으로 대간을 이어가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잘게 끊어서 하면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더 많은 친구가 함께하면 좋겠다.

(2025. 4. 30.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