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야간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5-07-08 조회수 : 6
야간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다
못제산악회에서 지난 4월 12일 금북정맥 2구간은 산불을 막기 위한 입산 통제로 덕성산부터 무이산 구간을 가지 못하고, 거꾸로 목적지인 옥정재부터 무이산 구간을 왕복했다. 중간에 붕 뜬 구간을 어떻게 보강할까 고민 끝에 야간산행을 하기로 했다. 지난 6월에 하기로 했던 것인데 비로 건너뛰고 이번에 무사히 마쳤다.
2025. 7. 4.(금) 저녁 7시 상일이랑 산남동에서 출발했다. 우리 산악회에 처음 나오는 상일이는 약국에 들러 일행을 위해 피로회복제를 샀다. 충주로 출장 다녀오느라 저녁도 먹지 못하고 마트에 들려 산 초코파이로 대신했다. 이번 산행의 종착 지점인 옥정재 아래 고개새울펜션에서 6명이 만나, 내 차 한 대로 출발지점인 만승 무수마을로 갔다. 정맥을 이어서 타다 보면 같은 마을에 적어도 두 번은 오게 되는데, 그만큼 더 정이 든다.
9시 15분쯤 야간산행의 대장정에 발을 떼었다. 바쁜 하루를 보낸 터라 모두 피곤해 보였고, 날이 덥고, 우리 산악회에서는 처음 해 보는 야간산행에 길은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그래도 여러 사람이 같이하니 든든했다. 다들 헤드랜턴의 성능이 좋았다. 성 팀장님이 기념으로 몇 컷을 찍었다.
덕성산 능선까지는 올라가는 길은 1구간 산행 때 내려왔던 길이라 낯설지 않고 길도 뚜렷하여 찾아 올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한밤중인데도 올라갈 때 땀이 쏟아졌다. 하늘엔 구름이 오갔는데, 나뭇잎 사이로 노란 반달이 이쁘게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그 달을 보고 걷는 재미가 컸다.
송 대표는 산행 며칠 전 빈혈로 응급실에 가 수혈까지 하였다. 이번 산행을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그 탓에 안색이 좋지 않고 피곤해 보였다. 걱정되어 올라가면서 몇 번 괜찮냐고 물으니 “괜찮다”고는 하는데 다 믿어지지 않았다. 능선까지 올라가는데 꽤 힘들어했다.
힘겹게 올라간 능선은 별천지였다. 우선 바람이 시원했다. 오른쪽으로는 안성, 왼쪽으로는 광혜원 야경이 펼쳐졌다. 나뭇잎에 가려 온전한 모습은 아니나 양쪽으로 야경을 거느리고 걷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이런 맛에 야간산행을 하는 것이리라. 사진으로는 야경의 모습이 잘 잡히지 않았다.
능선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곳곳에 벤치까지 놓여 편안하게 쉬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표지판도 적당하게 있어 밤 산행에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정맥은 남서쪽으로 가다가 남동쪽으로 90도 방향을 바꾸는데 그 바로 다음에 무티고개가 있다(23:33). 고개라는 말에 어울리게 아직도 옛날 진천과 안성을 잇던 길 흔적이 남아 있고 한쪽에 돌무덤도 있었다.
산행 속도가 생각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었다. 무이산에 가 음식을 먹으려던 계획을 바꿔 능선 한 정상에 놓인 벤치에 자리를 폈다. 내가 출발 전 산 족발을 꺼냈고 송 대표는 남편이 여수에서 잡아 온 한치회를 내놓았다. 족발엔 아직도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었고, 얼렸던 한치회도 여전히 차가운 기운으로 입맛을 돋우었다. 민비 님은 직접 만들었다는 빵을 한 보따리 꺼냈다. 우리는 시끌벅적 맛나게 먹는데 처음 나온 상일이는 속이 안 좋은지 전혀 입을 대지 않았다. 차를 타고 오면서 급하게 먹은 초코파이가 속을 버려놓았는지 모르겠다.
무이산(462m)은 능선에서 200여 미터 동쪽으로 빗겨나 있다(01:15). 전에 왔던 산인데 밤에 다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한참 머물면서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었다.
능선이 아닌 임도 쪽으로 하산길은 처음이다. 인터넷에서 아무리 검색해도 무이산에서 아랫마을로 직접 내려가는 길은 찾을 수 없었고 도중에 만나는 임도를 따라 차를 세운 펜션까지 3km가량 걸어가야 한다. 먼저 임도까지 잘 갈 수 있을까 걱정되었는데 잘 내려왔다(01:47). 여기도 길이 잘 나 있다. 임도를 따라 펜션에 도착하니 02시 30분이었다. 산행에 5시간 15분 정도 걸렸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4시쯤 되었다. 운전이 힘들었다.
산행을 꾸준히 하다 보면 이번 야간산행처럼 색다른 기획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산행을 더 재미있고 꾸준하게 이어가게 하는 양념이다. 그 길에 같이하는 분들이 있는 것도 커다란 복이다.
(2025. 7. 7.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