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충북 백두대간 3구간 (나리꽃과 자연스러운 표지석)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0-06-30 조회수 : 298



충북 백두대간
3구간 (나리꽃과 자연스러운 표지석)

 

2020. 6. 27.()

고등학교 친구들 산악회(31산악회)에서 충북 백두대간을 시작한 것이 작년 3. 작년 11월에 2구간을 종주하고, 이번이 3구간이다. 3구간은 괘방령에서 추풍령까지다. 이번 산행에는 그동안 산행을 이끌어 온 산악대장 해균이가 같이 할 수 없어 무척 아쉬웠다. 발목뼈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 못지않게 해균이도 아쉬웠을 것이다. 빨리 나아 건강한 모습으로 같이 산행할 수 있기를 빈다.

산행 참석자는 예상보다 적었다. 이종호와 김춘식, . 달랑 3명이다. 해균이도 없고 해서, 산행을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그렇게 핑계를 대면 산행을 꾸준히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대로 진행했다. 난 보은서, 나머지 두 친구는 청주서 출발하여 추풍령에서 만났다. 추풍령 산행길 부근이라 생각한 식당 앞에 내 차를 세웠는데, 하산지점과 잘 연결이 될지 살짝 걱정되었다.

종호 차를 타고 괘방령까지 가는데 15분 정도 걸렸다. 괘방령에는 백두대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그마하게 주차장을 만들어놓았는데, 대여섯대가 서 있었다. 거의 처음으로 산행을 한다는 춘식이 몸이 가볍다. 당뇨 때문에 술 담배 안하고 꾸준히 운동해 온 덕분인 것 같았다.

더운 날씨이긴 하지만, 나뭇잎이 우거져 대부분은 그늘길이었다. 땀이 흠뻑 나는데, 몸에서 노폐물이 빠져나가고 산의 새 기운이 들어오는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았다. 여름꽃들이 보였다. 유난히 눈에 들어온 것은 나리꽃이다. 초록색 긴 줄기 끝에, 고개를 숙인 채, 꽃잎을 위로 말아올리고, 그 안쪽에서 아래로 꽃술 여러 개를 드리운 모습이, 우거진 녹음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런 꽃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후, 큰 모니터로 옮겨보면, 산에서는 못 보던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가성산(657m)에 닿았다. 이번 구간에서 중간 정도다. 너른 정상에 평평하게 콘크리트 바닥을 만들어놓았다. 전망이 좋았다. 그곳에 앉아 막걸리를 나눠마셨다. 사방으로 펼쳐진 산들의 모습이, 언제나처럼 산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저것 보는 맛에 산에 오는 것이지. 종호나 춘식도 마찬가지 기분이었다.

자연석에다, 마치 초등학생 글씨처럼 자연스럽게 이름을 새긴 표지석도 맘에 들었다. 김천에 있는 산악회에서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표지석은 우리가 지나온 충북 백두대간 1, 2구간에서도 보았고, 3구간에서 가장 높은 눌의산(743m)에서도 보았다. 대부분 김천산악회에서 만든 것이다. 표지석만 놓고 보면, 백두대간을 경계로 오른쪽에 있는 김천 쪽이, 왼쪽의 영동보다 훨씬 더 감수성이 풍부한 것 같다.

장군봉(624.8m)에서 점심을 먹었다. 먹는 사이, 우리와 반대편에서 대간을 종주하는 두 사람을 만났다. 몸이 아주 좋은, 반바지 차림의 남자와 키는 작지만 다부져 보이는 여자 1. 밥을 같이 먹자고 하니, 의외로 쉽게 달려든다. 새벽 2시쯤부터 큰재에서 추풍령, 괘방령을 지나 우두령까지 간다고 했다. 이날 우리가 가고자 한 구간의 3배는 된다. 말 그대로 대간꾼이다. J3클럽 소속이라고 했다. 백두대간 산행 같은 것을 많이 하다 보면, 그 클럽으로 모이게 된다고 했다.

묵혀진 산 밭에 있는 자두나무에서 자두를 몇 개씩 따 먹고, 풀숲을 헤치며 산을 내려오니, 경부고속도로 밑을 지나는 굴다리다. 굴다리를 나와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잘못 들어 20분 정도 헤맸다. 포도나무밭이 많았다. 처음 차를 세울 때 걱정대로, 하산지점에서 차를 세운 곳까지는 꽤 거리가 되었다. 산과 달리, 뙤약볕에서 물도 다 떨어진 상태에서 걷기가 쉽지 않았다.

뿌듯한 산행을 했다. 4구간이 벌써 기다려진다. 종호는 뒷풀이 없이 헤어지는 것이 무척 아쉬운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