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0-11-26 | 조회수 : 266 |
주말에 산에 가는 것이 무척 기다려진다. 계속 관심을 갖다 보면, 보지 못하던 것들이 보인다. 보은 주변에 있는 산들은, 웬만하면 다 갔다고 생각하였는데, 인터넷으로 찾다 보니, 가볼 만한 산들이 자꾸 나온다. 산행 고수들이 참 많다. 난 한참 애송이다.
청화산은 화북에서 청천으로 이어지는 큰 도로 바로 옆에 있어서
, 그동안 지나가다 자주 보았고, 조만간 가보리라 생각하던 산이었다. 늘재에서 청화산, 조항산, 대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백두대간이다.
날이 차가웠다. 산 아래는 바람이 없는데, 올라갈수록 바람이 심해졌다. 늘재에 도착하기 전, 백두대간 00기라고 적힌 대형버스를 보았는데, 늘재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산행을 준비하는 사이, 그 사람들은 먼저 올라갔다.
천천히 걸었다. 몸을 느끼고, 산을 느끼고, 조금은 세찬 바람을 느끼려고 하였다. 몸이 가볍고 다리에 힘이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몸의 중심이 딱 서지는 않았다.
산행은 속리산 주능선을 등지고 동쪽으로 오른다. 얼마 올라가지 않아 청화산 정상(984m)이 보이는데, 상고대가 피었다. 조바심이 났다. 바람은 차지만, 햇볕이 강해, 시간이 지나면 상고대가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속도는 내지 않았다. 잠깐 쉬면서 따뜻한 홍차에 보드카를 살짝 부어(보드카홍) 마셨다. 그렇게 마시고 조금 더 오르니, 그렇게 차 마시기에 딱 좋은 곳이 나왔다. 다음에는 거기서 속리산 주능선을 바라보며 보드카홍을 마시리라.
청화산은 흙과 바위가 적절히 섞여 있다. 가끔 밧줄 타기도 하지만, 부드러운 흙길을 걸을 때도 많다. 정상을 얼마 남기지 않고, 길옆으로 칼바위 능선이 나오는데 전망이 참 좋다. 그곳에서 머무르며 상고대 핀 나무를 열심히 찍고, 좀 먼 곳에 상고대가 소리 없이 떨어지는 모습을 동영상에도 담았다.
정상의 햇빛 반대쪽은 상고대가 더 활짝 피어 남았다. 그곳에 한참을 앉아, 보드카 홍을 마시며 페이스북에 글도 썼다. 그러는 동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왔다. 모두들 상고대 핀 것에 환하게 웃으면서 그것을 즐겼다. 그들 사진을 찍어주고는 난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방향은 청화산농원 쪽이다.
하산길은 육산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듯하나 길은 그런대로 잘 나 있다. 가는 도중 장인 어른한테서 전화가 왔다. 김장을 했다고 하시는데, 가져다주시고 싶은 모양이었다. 보은으로 오시라 하니, 알았다 하시는데, 치료를 받는 아내 때문에 식사도 같이 못하고, 조금은 걱정이었다. 장인어른은 당신도 경험해서 잘 안다면서, “오서방이 고생 많다”고 했다.
한참을 더 가는데, 다시 장인어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못 오시겠다고 한다. 아내와 통화를 한 모양이었다. 코로나 등 때문에 자유롭게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다 내려오니, 청화산농원이 아니라 길 건너에 백악산 쉼터가 있다.
(2020. 11. 26.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