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0-12-31 | 조회수 : 301 |
지난 주 활목재, 금단산, 신선봉을 지나 체메기고개에서 멈춘 능선 종주를 오늘 다시 이어서 했다. 그리 높지 않은 주봉(587m)만 오르면 되기 때문에 가벼운 산행이다. 너무 가벼워, 능선 길에서 갈라지는, 시골집에서 보이는 산도 오르기로 했다. 반갑게도 아들 선재가 따라나섰다. 장갑리에서 버스를 타고 대원리서 내렸다.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체메기고개까지 걸어가는 길에 왼쪽으로 대원리 저수지를 다시 만났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물을 가르며 나아가다, 물속에 들어가 한참 있다가 나왔다. 자연 속에서는 살아 움직이는 것에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그 놈을 뒤로 하고 좀 더 가는데, 선재가 물 위에 다른 새가 또 있다고 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물을 가르며 도약해 멋지게 날아간다. 여름에는 그 저수지에 와 수영을 해보고 싶다고 하니, 선재가 미리 말린다.
체메기고개에서 잠시 쉬면서 보드카홍을 한 잔 하고, 본격적으로 산행 길에 나섰다(10:10). 바로 만난 것이 두릅나무다. 100여미터 정도 두릅나무들이 계속 이어졌다. 내년 봄에 꼭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바로 아래에 있는 민가 두 채에서 먼저 따갈 것이다. 낮은 산이니, 아내와 함께 진달래꽃이나 보러 가야지.
가시가 있는 두릅나무에 다른 가시덤불도 있어 선재가 잘 따라오지 못했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곳으로 올라가면 우리 시골집이 보인다. 뜻밖에도 그곳으로도 사람이 다닌 길이 나 있었다. 참나무 잎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낙엽 없이, 깨끗하고 반반한 길이 나오기도 했는데, 선재가 ‘고급진 길’이라고 표현했다. 그쪽 길 정상에서 시골집이 보였다(10:58). 다시 자리를 틀고 앉아, 보드카홍을 마시며, 선재와 대화를 나누었다.
다시 삼거리로 내려가는 길에 물박달나무가 눈에 들어와, 선재에게 그 나무 이름을 알려주고, 물푸레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도 알려주었다. 녀석이 어떻게 그렇게 나무 이름을 아느냐고 물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그렇다고 했다.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다. 한 때는 나뭇잎을 따, 신문지 뭉치 속에서 눌려 말려 노트에 붙이는 식으로, 나만의 식물도감을 만들기도 했었다.
삼거리에서 주봉으로 오르는 길 오른쪽은 벌목을 해 뻥 트였다. 지난 주 걸었던 능선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눈이 시원해졌다. 정상 바로 전에, 의자를 펴고 앉아 그 능선들을 감상하였다. 홍차를 다 마셔, 선재에게 보드카를 따르라고 해, 마셨더니, 물이었다. 술을 조금이라도 덜 마시게 하려는 녀석의 배려였다.
정상은 나무들에 가려 갑갑했다. 목적지인 싸리재까지 편안하게 내려왔다(12:45). 그곳에서 다시 집까지 30여분을 걸었다. 이제는 집 주변에 있는 산들을 거의 다 다녀왔다. 내 발로 다녀온 산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흐뭇하다. 이제 정말로 그 산들과 이웃이 된 느낌이다. 다음 주부터는 충북알프스 종주를 할 계획이다. (2020. 12. 5. 21:26)
일시 : 2020. 12. 5. (토)
동행 : 선재
코스 : 체메기고개 ~ 주봉 ~ 싸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