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드디어 공수처 출범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1998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설치를 주장한 이래 20여년 만인 2019년 12월 30일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그 후에도 대통령에게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놓고 다투다가, 법 개정을 거쳐서야 후보자가 결정되어 비로소 인사청문회를 마친 것이다. 공수처를 만드는 일이 왜 이리 어려웠을까?
우선, 가장 강한 권력기관인 검찰의 중요한 권력 일부를 떼 내고, 그 검찰을 통제(수사)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드는 것이라, 검찰의 저항이 거셌다. 그들은 마치 쿠데타라도 벌이듯, 검찰 권력으로 대통령의 법무부 장관 인사권에 맞섰다. 이런 저항에는 법조인 전체의 암묵적 뒷받침이 있었다. 법조인들은 오랜 기간 기득권을 누려왔는데, 공수처를 통한 검찰 기득권 약화는, 당연히 법조인 전체의 기득권 약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 지 14년째인데, 아직도 배심원 평결에 기속력을 주지 않는 것도, 결국은 법조인들과 국회의원 등 기존 기득권 세력의 반대 때문이다.
공수처 출범이 더디게 된 또 다른 이유는, 과거 검찰 등 권력기관을 이용하여 정권을 유지하려고 하였던 세력들의 의심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정권이 공수처를 이용하여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할 것이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정권은 1년 조금 더 남았을 뿐이다. 지금 검찰총장은 대통령 인사권에 저항하는데, 검찰총장보다 임명이 더 까다로운 공수처장이 정권과 결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들이 의심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옛날 그렇게 했었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다.
공수처에 거는 가장 중요한 기대는 검찰 통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검찰을 순화시킴으로써, 사회의 공정성이 강화될 것이다. 검찰은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수사 여부를 결정하고 결론을 달리했다. 전두환, 노태우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불기소했다가 번복했다. 정권의 하명을 받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표적·모욕주기 수사하여 결국 목숨을 끊게 하였다. 이명박, 김학의를 무혐의 처분하였다가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번복하였다. 공수처가 생기고, 일반 수사권까지 대폭 경찰에 넘어간 상황에서, 검찰에 의한 위와 같은 불공정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시민들 눈은 이번에는 법원을 바라볼 것이다. 우린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한다. 판사 1~3명이 하는 재판은 이런 오류를 걸러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배심원단에서는 쟁점마다 돌아가며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데, 그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은 합리적인 결론에 이른다. 그동안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평의 결과가 90% 이상 그대로 판결로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사법개혁은 배심원의 평결에 기속력을 주는 것이다.
그런 기속력이 주어지면 사회에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이다. 엘리트 법관들만 할 수 있다고 세뇌당해 온 재판을, 일반 시민들이 지혜를 모아 할 수 있다니, 시민들의 주권의식은 크게 오르고, 학교 교육이나 가정, 직장에서도 배심원들이 토의하듯 서로 의견을 나누는 문화가 생겨날 것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법조인들의 불합리한 권위는 무너지고, 바람직한 권위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게 진짜 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