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에서 임성근 판사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 침해를 이유로 탄핵 소추를 의결했다. 구체적으로는, 그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있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의 재판장에게 ‘여성 대통령이 모처에서 남성을 만났다는 부분은 치명적이므로 명확히 정리하고 가는 게 좋다’는 식으로 간섭하고, ② 민변 변호사들의 불법집회 관련 사건 판결 후 재판장에게 판결문 내용을 고치도록 하고, ③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를 정식재판이 아닌 약식명령으로 종결하도록 종용했다는 것 등이다.
수석부장은 법원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권한대행 1순위다. 법관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그런 형사수석부장이 재판을 하고 있는 법관에게 재판의 진행 방법 등에 대해 간섭하면, 담당법관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같은 사유로 기소된 형사사건에서, 재판부는 임 부장의 재판 관여 행위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볼 수 없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남용’은 ‘가지고 있는 권한’을 그릇 행사하는 것인데, 애초부터 그런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면 남용이 성립될 수 없다는 논리다.
검사장이 소속 검사에게 부당하게 수사 지시를 하면 직권남용이 된다. 검사장에게는 일반적으로 검사들의 수사를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검사의 독립보다 최종 결정을 하는 법관의 독립이 더 중요한데, 사실상 인사권 등으로 영향을 미치는 수석부장이 소속 법관에게 부당한 간섭을 한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법관의 독립을 가장 나쁜 방식으로 침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모순이다.
헌법상 ‘탄핵’의 요건은 ‘직권남용’과 좀 다르다. 형법은 ‘직권을 남용하여’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법은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할 것’을 탄핵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구가 분명히 다르고, 헌법재판은 형사재판과 달리 죄형법정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직권남용죄와는 달리 파악되어야 한다.
국회에서 임 부장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된 후, 법률신문은 1면 제목을 ‘판사 탄핵 ‘초읽기’… 법조계 “사법부 근간 위협”’으로 뽑았다. 마치 법조계 대다수가 탄핵소추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처럼 표현하였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것 같다. 그만큼 법조계는 여전히 기득권 세력이고, 그 권력을 빼앗기는데 거부감이 강하다. 이 기득권을 깨지 않으면,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판사 탄핵은 그 변화의 중요한 계기다.
그런데 정말로 사법부 근간은 누가 위협하는가? 임 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형사사건 1심 재판부도, 임 부장의 행위는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다만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심각한 헌법위반에 대해서는 당연히 탄핵절차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이번 탄핵절차를 비판하는 법조계의 다수 기득권 세력들이야말로 사법부의 근간을 뒤흔드는 공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