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전쟁을 할지 말지, 세금을 어떻게 부과할지, 시민들의 경제 활동에 국가가 개입할지 말지 등 시민들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해 결정을 하는 실질적 주체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들에 대해 사법적 통제가 있으나, 사후적이거나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한계가 있다. 결국 어떤 사람이 정치 지도자가 되느냐에 따라 나라의 흐름이나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여기서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지도력과 결단력, 시대적 과제를 읽어내는 지혜 같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기본적인 것은 민주주의 대한 이해다.
민주주의란 국민 하나하나가 고유한 인격의 주체로서 최대한 개성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정치이념이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나아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하여, 국가권력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국가권력이 다른 목적을 위해 남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치인에게는 이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있어야만 한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을 그만둔 지 보름 정도 지났는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시도하고 있는 오세훈과 안철수는 서로 윤석열을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안철수는 윤석열을 포함하여 범야권을 만들겠다고 하고, 오세훈은 윤석열이 후보 단일화 전까지는 나서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들었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윤석열의 영향력을 무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윤석열이 우리 정치에 메시아처럼 나타난 형국이다.
윤석열은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검찰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이니, 바로 정치 활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냄새만 피울 것이나, 일부 정치인들은 파리처럼 꼬여들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에게 정치인으로서 기대할 만한 것이 있을까? 그가 적폐청산 수사에서 중요한 결과를 내어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요소를 제거한 것은 분명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 맞선 수사도, 전의 적폐청산 수사와 맞물려, 사람들에게 윤석열은 어떤 정권에라도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그는 정말 정의로운 사람일까?
과거 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검찰을 이용한 반면, 지금 정권은 검찰 권력을 분산시켜 그 남용을 막으려 하고 있다. 윤석열의 지금 정권에 대한 수사는, 그런 검찰개혁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은 조국에 대한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있던 날 밤, 그의 부인을,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한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조국을 낙마시켜 검찰 권력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에 맞서, 검찰 권력을 남용하였던 것이다.
윤석열의 민주주의의 이해에 대한 한계를 절감한 대목이었다. 그는 언제든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정치인 윤석열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는 당분간 침묵과 냄새 정치로 우리 사회의 정치 시계(視界)를 흐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