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 충청매일 ] 법조인 경력 25년이 되니 이젠 좀 지친다는 느낌이다. 변호사 일은 꽤 고되다. 고정수입이 많지 않고 수임하는 사건 수에 따라 매달 수입이 다르다. 사무실 유지를 위한 수임 건수를 확보하기 위해 사회활동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 이런 사회활동이나 수임 사건의 성패를 겪으면서 삶의 깊이와 폭이 늘어나 활력이 생기는 보람도 있기는 하나,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부침이 있다.
변호사로서 사건 수임 못지않게 힘든 일이 판사를 대하는 것이다. 판사의 판단 여하에 따라 당사자가 겪는 희비는 극과 극인 경우가 많다.
형사사건의 경우 무죄를 선고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실형을 선고받으면 사회생활을 이어가는데 치명타가 된다.
민사사건 재판도 그 액수에 따라 당사자의 경제활동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판사이니, 그를 대하는 변호사의 마음가짐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판사의 심기를 건드려 불이익한 판단을 받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변호사로서 더 당당하게 판사에게 맞서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변호사 스스로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나, 의뢰인을 생각하면 그 행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15년 변호사 일을 하다 보니 더 지치게 된 것 같다.
얼마 전 형사재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재판부 판사는 변호사를 참 힘들게 한다. 변호사에게 함부로 말하고 변호인이 하는 신문 중간에 자주 끼어들어 흐름을 깨곤 한다. 이런 경험을 자주 하다 보니 그 재판부에 들어가는 일이 고역이다.
이날 재판에서도 내가 증인신문을 하고 있었다. 증인이 질문에 답변하고 내가 다음 질문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판사가 갑자기 버럭 큰 소리로 말했다.
"증인 답변하게 가만히 있으세요." 아주 강하게 말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또 순간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전에 같은 판사와 증인 채택을 놓고 다소 언쟁을 하고, 또 다른 판사의 재판에서 판사가 자꾸 끼어들기에 "그렇게 자꾸 끼어들면 변호사가 주눅이 들어서 어떻게 신문하느냐?"고 맞선 적이 있기는 한데, 이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잘못하면 말싸움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게 의뢰인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나 싶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한 판사는 공직선거법위반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하고, 다른 판사는 위증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사건의 최종 결과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운명은 물론 대한민국 정치도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된다. 여기서 판사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이런 무게를 생각하면 판사는 더욱더 깊고 신중하게 살피고 언행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