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 충청매일 ]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제력 있는 법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법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같이한다. 법은 아주 오랜 기간 현실에 적용되면서 다듬어진 것이라 매우 정교하다. 정상 국가에서 법은 쉽게 바뀌지 않고 의문이 있으면 치열한 논쟁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통해 정리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법을 지키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려고 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법 생태계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법 생태계가 크게 교란되고 있다. 

 권성동은 여당인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그의 뜻이 어떠하든, 그의 언행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시민들에게 일정하게 영향을 미친다. 그릇된 언행은 사람들에게 잘못 인식되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권성동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22일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 등을 만나러 재판소를 찾아갔는데, 권 대표는 재판소 앞에서 "문 대행은 이재명 대표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 상가에 방문한 것을 자랑삼아 헌재 관계자들에게도 이야기할 정도로 이 대표와 ‘절친’이라,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심판의 공정을 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 대표의 정치적 무게감에 기울어진 사람들은 앞뒤를 따지지 않고 지금의 탄핵심판이 불공정하다고 믿고 반발하고 저항하려고 할 것이다. 

 백번 양보하여 문 대행이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이고 그가 이 대표의 모친상에 조문 갔다고 치자. 지금 헌법재판소에서는 이 대표와 직접 관련하여 어떤 심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8명의 재판관 중 한 명인 문 대행이 이 대표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이 대표와 직접 관련이 없는 탄핵심판이 불공정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또 법적으로 의미 있게 가깝다는 기준은 뭔가? 더구나 권 대표의 말은 사실도 아니었다. 

 헌법재판소가 "문 대행은 이 대표 모친상에 문상 가거나 조의금을 낸 적이 없다"고 하자, 권 대표는 "내가 잘못 전해 들은 것 같다"며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그가 뱉은 말은 이미 그가 속한 정치세력의 지지자 등에게 일파만파로 퍼져 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우리 법질서에 대한 믿음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탄핵심판 중인 윤석열 대통령조차 "지금의 수사와 법원의 영장 심사 등이 모두 위법하고 법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언행들이 사람들을 현혹하고 그것이 쌓여 급기야 서울서부지법 폭동에까지 이른 것이다. 일부 정치세력의 혹세무민하는 언행이 사회질서의 근간인 법 생태계를 교란하고 파괴하고 있다. 법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란자와 파괴자를 솎아내어 다시는 준동하지 못하도록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양보할 수 없는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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