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 충청매일 ] 힘들다.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기다리는 마음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고 지키려는 모든 이가 그럴 것이다. 일상은 이어 가지만 더듬이는 늘 헌재에 가 있다. 2월 25일 변론을 마치고 23일이 지났다. 헌법과 법률 위반이 분명해 바로 선고가 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견디기 힘들게 시간만 가고 있다.
탄핵의 확신에 의심마저 생기려고 해 두렵기도 하다. 형사소송법을 어기면서까지 대낮에 윤석열 구속을 취소하는 판사, 그에 대한 즉시항고도 하지 않는 검찰총장,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왔어도 이를 뭉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있으니, 이제는 헌법재판관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보려고 한다. 병이 나 몸에서 열이 나려고 한다. 신열(身熱).
청주에 사는 김은숙 시인이 쓴 ‘입춘’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밤새 누가 울고 갔는지/ 공기의 안쪽이 흠뻑 젖어 있다// 삐걱거리며 울려오는 땅 밑 신열과 균열// 떠나가고 흩어지고 올라가고 깨어나는 것들/ 많아지겠다" 생명이 땅과 나무껍질을 뚫고 나오려면 가진 힘을 다 써야 한다. 아이가 산모의 몸을 뚫고 나올 때도 그럴 것이다. 땅과 나무껍질, 산모는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세상의 빛을 보고야 말겠다는 간절함이 에너지를 키워 더는 버틸 수 없게 되었을 때 문은 열린다. 그전까지의 ‘신열과 균열’이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김 시인은 그것을 "삐걱거리며 울려온다"고 했다.
우리 민주 시민은 ‘삐걱거리며 울고’ 있다. 지금은 울음이 크게 소리 나지 않고 가라앉아 있지만 이제 그 울음은 거대한 ‘울림’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지금은 아파 열이 나지만 그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산통이다. 견디기 힘들지만 간절함이 담긴 산통 끝에 한 단계 성숙한 새로운 민주주의 세상이 다가올 것이다.
그 세상에서 반민주, 반헌법, 반민족 세력은 ‘떠나가고 흩어질’ 것이다. 그 세상에서 산통 때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 대해서 철저하게, 피눈물이 나도록 죄를 물어야 할 것이다.
집권 여당은 ‘민주당이 내란 세력이다’, ‘이재명이 경제를 망쳤다’는 현수막을 거리낌 없이 내걸고 있다. 그렇게 말하면 그게 진실이 되는가? 헌법과 법률을 어기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자가 누구인가? 내란 수괴의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이 누구인가? 그동안 권력을 잡고 경제 정책을 집행해 온 세력이 누구인가? 그 답이 너무나도 명백함에도 저들은 저런 현수막을 걸고 있다. 말을 오염시켜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
새 세상에서는 오염된 말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바로잡는 방법은 오염된 말에 현혹되지 않도록 세상의 이치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다.
요동치는 지금 시기에 우린 서울대 나오고 판검사하는 사람들이 선민의식에 빠져 얼마나 오만하고 무식한지를 깨우치고 있다. 참된 공부가 무엇인지 늘 살펴야만 오염된 말에 속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