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활동

고쳐서 쓸 수 없는 것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5-07-08 조회수 : 3

변호사

 

[ 충청매일 ]   쌓인 피로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아침밥을 먹고 출근하려면 식곤증까지 더해 몸이 무겁다. 이럴 때면 순간적으로 어떻게 출근할지 살짝 고민이 된다. 승용차, 자전거, 버스를 놓고 저울질하는데 대부분 결론은 자전거다. 

선택의 결과는 뿌듯하다. 스스로 발로 굴러 공기를 가르며 가면 집에서 무거웠던 몸과 마음이 어느새 가벼워진다. 주변에 펼쳐진 무수한 생명의 기운과 함께하면서 스스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2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마력 때문에 ‘자전거 출퇴근’이 늘 최우선 순위다. 

지금 타고 있는 자전거는 12년쯤 되었다. 그동안 브레이크, 페달, 타이어 등을 여러 번 수리했다. 얼마 전에는 손잡이 커버가 조금씩 뜯겨 나가고 안장도 허물어져 새것으로 바꾸었다. 20여만 원 주고 산 소박한 자전거지만 오랜 세월 아주 가까이 지내왔으니 참으로 소중한 보물이다. 앞으로도 아껴 함부로 버리지 않을 것이나 수명이 다하면 어쩔 수 없이 인연을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검사로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임용되어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그만두었다. 그리 오랜 기간은 아니고 성격 때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는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 때까지는 검사란 직업에 회의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법이 준 검사의 권력도 막강한데 내가 검사로 될 때는 법을 넘어선 권위까지 더해져 더 강력했다. 바깥에서 떠받들어주는 정도가 클수록, 그 조직의 내부 상명하복도 그만큼 더 분명하다. 조폭이 그런데 검찰 조직도 이에 못지않았다. 대검 검사장이 지검에 지도 방문을 하면 차장검사부터 말단 검사까지 복도에 서열에 따라 대기하다가 순서가 되면 안으로 들어가 대검 검사장에게 “검사 000”라고 관등성명을 대고 90도로 인사하면서 악수를 했다. 김대중 정부는 이것을 없앴다. 

지금은 크게 바뀌었지만, 전엔 공소장을 그 쪽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한 문장으로 썼다. 용어도 어려워 일반 사람들은 읽을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노무현 정부는 공소장 문장을 짧게 나누고 용어도 쉽게 쓰도록 했다. 국민참여재판도 도입했다. 

이처럼 문민정부에서 검찰의 부당한 권위는 조금씩 거두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180도 바뀌었다. 다시 정권의 시녀로 탈바꿈한 검찰은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이기에 선봉장으로 나서 그 역할을 다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잠시 숨을 고르던 검찰은 검찰 개혁의 파도가 밀려오자 다시 본색을 드러내 개혁에 앞장섰던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을 난도질했다. 그 피 묻은 칼로 정권까지 잡아 이재명 야당 대표를 죽이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비상계엄까지 선포하는 불장난을 하다가 정권에서 물러났다. 

그동안 잘못을 참회하고 다시 바로 설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반대의 길로 가면서 민주주의를 부정했던 검찰, 이젠 골수 깊은 곳까지 암이 퍼져 더는 고쳐 쓸 수 없다.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