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갑은 을의 변호인이다. 을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병 회사로부터 그 대가로 3억 5,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갑은 을에게 “돈을 병 회사에 돌려주면 감형이 된다. 일단 병 회사에 입금하였다가 다시 돌려받기로 하고, 입금증만 법원에 제출하여 감형을 받자”고 제안하여, 그렇게 실행하였고, 감형도 되었다.

검사는 갑이 위와 같이 입금증을 만들어 법원에 제출한 것에 대해 증거위조죄로 기소하였다. 유죄일까?

무죄.

증거의 위조란 ‘증거 자체’에 대한 위조를 말하는데, 입금증 자체에는 아무런 허위가 없기 때문에, 그것이 비록 사실과 다른 외관(병 회사에 돈을 돌려주었다는 사실)을 꾸며내기 위해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해 따로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한 형법상 증거위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21. 1. 28. 선고 2020도2642]

1, 2심에서는 유죄로 판단하여 변호사 갑에게 징역 10월이 선고되었는데, 대법원에서는 이를 뒤집어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형사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죄형법정주의입니다. 아무리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에 대해 형법 등 법률에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죠. 옛날 전제정권이 무고한 백성을 함부로 처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온 원칙인데, 처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위 사안에서, 갑 변호사의 행위가 증거위조죄는 안 되어도, 실질적으로는 사실과 다른 자료를 갖고 법원을 속인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위 사건은 파기되어 항소심으로 환송될 것인데, 그 항소심에서 검사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공소장변경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